주말 풍경

etc. 2009/02/28 18:11 |
임신한 아내는 잠이 들었다.
같이 있어달라는 바램에 나도 역시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빌려온 맥북 에어를 이래저래 써보고 있다. 좋은 장난감이 하나 생긴거다.

요즘은 어울리지 않게 성경을 가끔 읽는다.
예수는 대부분의 대화와 연설에 비유와 상징을 동원한다.
반면에 실행방침은 무척이나 간결하다. 
그러한 사고체계와 서술방식은 현대 서양문화 속에도 절절히 내재해있다는 생각에 머문다.

성경에서 비유한 몇몇 단어를 검색해본다.
아이의 태명을 무엇으로 지어부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

어울리지 않는건 골프를 시작한 것도 있다.
요즘은 나이탓인지 뭔가를 새로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습득해야한다.
잘안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포기해야지.

내일이면 3월이다.
지난 모든 시간이 다 그렇지만, 최근이 늘 가장 아쉽다.
좀더 유연하고 세련되게 그 순간에 임했어야했어라는 자책이 앞선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꽃이 피어오르는 시절,
주차장 자갈밭 틈에서도 꽃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야 만다.
그 질긴 생명에의 의지만큼 교훈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9월이면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

아내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투중이다.
나도 매일 달라지는 세상에 깊은 뿌리를 뻗치고, 꿈쩍않고 매달려있을것이다.
아직 태명은 정하지 못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군.
밥을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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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윈스 2009/03/09 20:05 Address Modify/Delete Reply

    경축! 2세가 드디어!
    맛난거 많이 사드리시고~ 많이 도와드리세요~ 펴엉셍 트레이싱 대상항목입니다. ㅋㅋㅋ

    PS: 난 형의 글을 보면 항상 '정이현' 소설이 생각나. ^^
    글 잘쓰는데 소설하나 쓰삼~

기형도 20주기

book 2009/02/26 16:17 |
팀 후배들이 기형도가 누구냐고 메신저로 물었다.
난 '음...대한민국역사상 최고의 시인이지' 라고 대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 기형도 시인


나의 답이 다시 전체메시지로 돌았단다. 저 대답을 재밌게 받아들인거다.
그럴수 있지머...
암튼 기형도가 죽은지 20년이 된단다.
그렇다면 내가 고등학교 2학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거다.

빈집, 대학시절...등을 읽으면서 찌릿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 새롭다.



대학시절
                                            -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시집이자 유고시집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폰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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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6 22:5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늘이었구나..

    기형도처럼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

  2. BlogIcon 붉은돼지 2009/02/27 18: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형도가 파고다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다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 그 영화 맞을까....?

  3. 2009/03/01 05: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또 그렇게 요절한, 조금은 먼저 갔던,

    하길종.

    그저께 최초로(?) 공개된 그의 졸업작품 <병사의 제전>.

    나름 천재들은 족적을 심하게 남기는 듯.


    ......................
    .........

  4. BlogIcon Ru 2009/03/06 03: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이씨.. 그영화..

5월 13일이 마지막 포스팅이었으니, 참 오랜동안, 끈질기게 블로깅을 하지 않았군.
그냥 평생 이 게으름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살아야지...괜한 스트레스를 주고받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늙어가면 머 어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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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팥밥 2008/12/30 12:23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ㅋㅋㅋ

  2. BlogIcon 윈스 2009/01/30 12:0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엇 내사진인디?

5월의 제주

image &... 2008/05/13 0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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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가는 길, 제주의 5월은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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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무도 찾지 않는 모래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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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의 하늘...맑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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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본 서쪽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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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해수욕장에서 본 석양


주말이면 여기저기 흘러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Ixus 75 똑딱이로 찍은 제주...

그리 환상적인 경관들은 아니지만,
어디든 퍼질러 앉아, 시간을 잊을 만한 곳.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 그 위에 부서지는 햇살..
아무도 찾지 않는 좁다란 모래틈에 바다를 등지고 앉아 듣는 파도소리,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키워야할지, 회사는 잘되고 있는 것인지,
나이든 친구를 시집,장가 커플로 맺어주면 어떨지를 이야기하다보면,
서쪽하늘, 바다 맞닿은 곳에, 조용히 해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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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ne 2008/05/15 15:0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감동~ ^^

  2. 당당 2008/11/07 15: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부인이 참 예쁘시네요. 고와요.

  3. 희정친구진희 2008/11/07 23: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두번째 사진 죽여요
    세번째는 좀...
    한군 잘 지내죠?

  4. BlogIcon 윈스 2009/01/30 11: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옷 ~ 서쪽바다에 그 맛있는 집 보인당.



대략 19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말못할 사연 한두개쯤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뉴욕 어느 거리, 평범한 사람들의 곡절 깊은 이야기들,
난 그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 8시 매일 자기 담배가게를 사진으로 찍고,
친구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도둑의 돈을 훔친 아이는 도둑에게 쫓기면서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가고,
18년동안 헤어졌던 여인은 남자에게 딸이 있다는 소식을 이제야 알리면서 돈을 뜯는다.
매일 아침 한장씩, 4천장을 찍어대던 그 Canon AE-1 카메라는 알고보니 훔친 것이었다.

작은 일상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삶은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비정형적으로 점멸하는 것일진데,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세상의 이런 저런 숱한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내게 있고,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투여하는 좋은 취미꺼리가 있을 것이며,
그런 저런 꺼리들로 어느 누구와도 맥주한잔을 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동네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착하면서도 쿨한 좋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회사의 사장이나, 대통령이되는 것만큼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 별로 자신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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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nf 2008/04/24 12:3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떤 편안한 공간에서 둘만의 소소한 일상의 얘기를 나누기 시작할때 진정한 관계가 시작되는거 같음.

    덧붙여,
    말은 쉬우나 정말 되기는 힘든 착하고 쿨한 아저씨 기대해 보겠음.;^_^

'정치권력은 일상에 얼마만큼 작동하는가'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서로의 입장과 삶의 경로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요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특정종교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몸서리 칠만한 일이긴 하지.

허나 가끔은 술잔을 기울이며 누군가와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때가 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부자유스러운 것인지,
그래서 혹시 내가 그들의 칼날을 피하더라도, 그대가 그 칼을 대신 맞을 수 있음에 대해,
아직 행동하지 않지만, 우리가 얼마나 뜨거울 수 있으며,
그 뜨거움이 변화시킬 세상의 모습이 우리가 상상한것보다 얼마나 더 새로울수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를 선택해야하고,
현시점에서 우리의 지향과 대변자는 누구인지에 대해서까지 가보고 싶지만,

늘 우리의 대화는 엇나가기 일수다.
마치 서로 작정한 것처럼...

'눈뜬 자들의 도시' 에서 시민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  로부터 벗어난 4년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백지투표행렬에 동참한다.
누가, 왜, 어떻게 그런 집단적인 행동을 진행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소설의 대부분인듯 달려가지만 끝내는 한권의 소설 내내
각각의 정치세력은 줄곧 조롱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제대로, 멋지고, 우아하게 조롱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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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사람들도 밖으로, 겉으로 솟아오르듯 하나둘씩 모임이 생기기 시작한다.
회사 동료들과 처음으로 오름을 오른다.

제주의 산하는 그 풍경이 육지와 사뭇 다르다.
교래리 가로수길에서부터 물찻오름까지 걷는 한시간의 산길은
원더랜드 어느 변두리같은 황량함과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 한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그 산길 어느 한가운데서 아무런 인공적인 조명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빛도 없고, 바람에 마른 잎들이 쓸리는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잠시 암약하는 짐승처럼 어슬렁거려 보고 싶은 충동...

물찻오름은 이름 그대로, 꼭대기 분화구에 물이 그득차있다.
주왕산, 주산지처럼 물속에서 솓아 있는 왕버드나무의 늠름함과 호쾌함이 있진 않지만,
조용하고, 소박하게 물을 감싸고 있는 폼새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로 오게된 모든 인연과 내 스스로의 결정에 또한번 감사하게 됨...!!!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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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씨네루 2008/03/30 05: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시 힘찬 발걸음.

    성취의 달콤함.

    자세의 애매함.

    사진의 즐거움.

    상상은 당연함!!

    ^^

  2. BlogIcon 붉은돼지 2008/03/30 22: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시 힘찬 발걸음...이라는 민중가요가 떠오름...^^
    "자 이제 우리 다시 시작이다. 너무도 길었던 침묵을 열어~~~~"

이틀째의 제주, GMC

etc. 2008/01/15 19:11 |

3년정도 제주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으나 감흥은 없다.

오늘은 제주에도 눈이 내렸다.

곱게 빻은 밀가루 같은, 부슬거리는 눈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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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씨네루 2008/01/16 01: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가 좋은 사진이 있을걸로 기대했는데..
    암것도 없넹..

    그저 행복한거 아냐?? ^^

  2. BlogIcon 붉은돼지 2008/01/16 18: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몰라...니가 와서 직접 봐봐...^^

김광석 사망 12주기

music 2008/01/06 22:38 |
군대 입대 3일전, 96년 1월 6일, 그가 죽었다.

벌써 12년,
살아있는 인간들에게는 기껏 연필 12자루 닳은 정도의 시간이었을 뿐이다.

기타치며 오랜만에 한판 불러봤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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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지. 2008/01/11 21:2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 저도 군대가기 이틀전 일인데;;
    늦게 다녀오신건가요??

  2. BlogIcon 붉은돼지 2008/01/14 01: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렇죠...24살에 입대했으니, 좀 늦었었죠...^^

  3. BlogIcon 씨네루 2008/01/16 01: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며칠전 100일휴가 나온 01학번 임제우도 있는데 뭐.. ㅋㅋㅋ

  4. BlogIcon 붉은돼지 2008/01/16 18: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임제우...나랑 뽀뽀한 넘...ㅡ.ㅡ;

오지 않는 꿈 - 박정만

book 2007/12/25 23:00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있다.
성당엘 가고 싶었으나, 일이 좀 꼬였고,
이제 서울 생활을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에 방청소를 좀 해야할 것 같으나,
깊이 인이 밖힌 게으름으로 인해, 노트북만 켜고 말았다.

오랜만에 떠오른 사람 하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먼 전설 혹은 신화이야기 같은,
광주항쟁 이후, 군부독재의 고문에
건강과 가족과 직업 모두를 상실하고,
술에 의지하다, 외롭게 죽어간 시인 박정만...

다들 흥겨운 크리스마스에, 왠 청승이냐 싶다만,


오지 않는 꿈
_ 박정만

초롱의 불빛도 제풀에 잦아들고
어둠이 처마 밑에 제물로 깃을 치는 밤,
머언 산 뻐꾹새 울음 속을 달려와
누군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내어다보면
천지는 아득한 흰 눈발로 가리워지고
보이는 건 흰눈이 흰눈으로 소리없이 오는 소리 뿐
한 마장 거리의 기원사(祈願寺) 가는 길도
산허리 중간쯤에서 빈 하늘을 감고 있다.

허공의 저 너머엔 무엇이 있는가.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풀뿌리같이
저마다 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나는 꿈마저 오지 않는 폭설에 갇혀
빈 산이 우는 소리를 저 홀로 듣고 있다.

아마도 삶이 그러하리라.
은밀한 꿈들이 순금의 등불을 켜고
어느 쓸쓸한 벌판길을 지날 때마다
그것이 비록 빈 들에 놓여 상할지라도
내 육신의 허물과 부스러기와 청춘의 저 푸른 때가
어찌 그리 따뜻하고 눈물겹지 않았더냐.

사랑이여,
그대 아직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제 아무리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아니하고
제 아무리 잠이 깊어도 꿈은 아니 오는 밤,
그칠 새 없이 내리는 눈발은
부칠 곳 없는 한 사람의 꿈없는 꿈을 덮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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