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이 마지막 포스팅이었으니, 참 오랜동안, 끈질기게 블로깅을 하지 않았군.
그냥 평생 이 게으름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살아야지...괜한 스트레스를 주고받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늙어가면 머 어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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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제주

image &... 2008. 5. 13. 0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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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가는 길, 제주의 5월은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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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무도 찾지 않는 모래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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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의 하늘...맑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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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본 서쪽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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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해수욕장에서 본 석양


주말이면 여기저기 흘러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Ixus 75 똑딱이로 찍은 제주...

그리 환상적인 경관들은 아니지만,
어디든 퍼질러 앉아, 시간을 잊을 만한 곳.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 그 위에 부서지는 햇살..
아무도 찾지 않는 좁다란 모래틈에 바다를 등지고 앉아 듣는 파도소리,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키워야할지, 회사는 잘되고 있는 것인지,
나이든 친구를 시집,장가 커플로 맺어주면 어떨지를 이야기하다보면,
서쪽하늘, 바다 맞닿은 곳에, 조용히 해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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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9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말못할 사연 한두개쯤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뉴욕 어느 거리, 평범한 사람들의 곡절 깊은 이야기들,
난 그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 8시 매일 자기 담배가게를 사진으로 찍고,
친구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도둑의 돈을 훔친 아이는 도둑에게 쫓기면서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가고,
18년동안 헤어졌던 여인은 남자에게 딸이 있다는 소식을 이제야 알리면서 돈을 뜯는다.
매일 아침 한장씩, 4천장을 찍어대던 그 Canon AE-1 카메라는 알고보니 훔친 것이었다.

작은 일상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삶은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비정형적으로 점멸하는 것일진데,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세상의 이런 저런 숱한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내게 있고,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투여하는 좋은 취미꺼리가 있을 것이며,
그런 저런 꺼리들로 어느 누구와도 맥주한잔을 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동네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착하면서도 쿨한 좋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회사의 사장이나, 대통령이되는 것만큼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 별로 자신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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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은 일상에 얼마만큼 작동하는가'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서로의 입장과 삶의 경로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요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특정종교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몸서리 칠만한 일이긴 하지.

허나 가끔은 술잔을 기울이며 누군가와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때가 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부자유스러운 것인지,
그래서 혹시 내가 그들의 칼날을 피하더라도, 그대가 그 칼을 대신 맞을 수 있음에 대해,
아직 행동하지 않지만, 우리가 얼마나 뜨거울 수 있으며,
그 뜨거움이 변화시킬 세상의 모습이 우리가 상상한것보다 얼마나 더 새로울수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를 선택해야하고,
현시점에서 우리의 지향과 대변자는 누구인지에 대해서까지 가보고 싶지만,

늘 우리의 대화는 엇나가기 일수다.
마치 서로 작정한 것처럼...

'눈뜬 자들의 도시' 에서 시민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  로부터 벗어난 4년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백지투표행렬에 동참한다.
누가, 왜, 어떻게 그런 집단적인 행동을 진행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소설의 대부분인듯 달려가지만 끝내는 한권의 소설 내내
각각의 정치세력은 줄곧 조롱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제대로, 멋지고, 우아하게 조롱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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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사람들도 밖으로, 겉으로 솟아오르듯 하나둘씩 모임이 생기기 시작한다.
회사 동료들과 처음으로 오름을 오른다.

제주의 산하는 그 풍경이 육지와 사뭇 다르다.
교래리 가로수길에서부터 물찻오름까지 걷는 한시간의 산길은
원더랜드 어느 변두리같은 황량함과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 한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그 산길 어느 한가운데서 아무런 인공적인 조명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빛도 없고, 바람에 마른 잎들이 쓸리는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잠시 암약하는 짐승처럼 어슬렁거려 보고 싶은 충동...

물찻오름은 이름 그대로, 꼭대기 분화구에 물이 그득차있다.
주왕산, 주산지처럼 물속에서 솓아 있는 왕버드나무의 늠름함과 호쾌함이 있진 않지만,
조용하고, 소박하게 물을 감싸고 있는 폼새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로 오게된 모든 인연과 내 스스로의 결정에 또한번 감사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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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의 제주, GMC

etc. 2008. 1. 15. 19:11 |

3년정도 제주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으나 감흥은 없다.

오늘은 제주에도 눈이 내렸다.

곱게 빻은 밀가루 같은, 부슬거리는 눈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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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사망 12주기

music 2008. 1. 6. 22:38 |
군대 입대 3일전, 96년 1월 6일, 그가 죽었다.

벌써 12년,
살아있는 인간들에게는 기껏 연필 12자루 닳은 정도의 시간이었을 뿐이다.

기타치며 오랜만에 한판 불러봤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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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꿈 - 박정만

book 2007. 12. 25. 23:00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있다.
성당엘 가고 싶었으나, 일이 좀 꼬였고,
이제 서울 생활을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에 방청소를 좀 해야할 것 같으나,
깊이 인이 밖힌 게으름으로 인해, 노트북만 켜고 말았다.

오랜만에 떠오른 사람 하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먼 전설 혹은 신화이야기 같은,
광주항쟁 이후, 군부독재의 고문에
건강과 가족과 직업 모두를 상실하고,
술에 의지하다, 외롭게 죽어간 시인 박정만...

다들 흥겨운 크리스마스에, 왠 청승이냐 싶다만,


오지 않는 꿈
_ 박정만

초롱의 불빛도 제풀에 잦아들고
어둠이 처마 밑에 제물로 깃을 치는 밤,
머언 산 뻐꾹새 울음 속을 달려와
누군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내어다보면
천지는 아득한 흰 눈발로 가리워지고
보이는 건 흰눈이 흰눈으로 소리없이 오는 소리 뿐
한 마장 거리의 기원사(祈願寺) 가는 길도
산허리 중간쯤에서 빈 하늘을 감고 있다.

허공의 저 너머엔 무엇이 있는가.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풀뿌리같이
저마다 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나는 꿈마저 오지 않는 폭설에 갇혀
빈 산이 우는 소리를 저 홀로 듣고 있다.

아마도 삶이 그러하리라.
은밀한 꿈들이 순금의 등불을 켜고
어느 쓸쓸한 벌판길을 지날 때마다
그것이 비록 빈 들에 놓여 상할지라도
내 육신의 허물과 부스러기와 청춘의 저 푸른 때가
어찌 그리 따뜻하고 눈물겹지 않았더냐.

사랑이여,
그대 아직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제 아무리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아니하고
제 아무리 잠이 깊어도 꿈은 아니 오는 밤,
그칠 새 없이 내리는 눈발은
부칠 곳 없는 한 사람의 꿈없는 꿈을 덮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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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툽을 싸돌아댕기다가,
시너드 오코너 실황공연을 발견한후, 오랜만에 듣는다.

위 노래는 nothing compares to U

시너드 오코너는 아일랜드 출신에, 동성애자에, 빡빡머리에,
무엇보다 마른 겨울 하늘을 츠촤착(?)쓸어내는듯한 목소리에,  마르고 각진 이쁜 얼굴을 가졌다.

아무리 봐도 내가 싫어할 수 있는 요소는 별로 없었지만,
암튼 한동안 볼일, 들을 일이 별로 없었군.

그러고 보니 작년에 아일랜드 잠깐 들렀을때,
어느 홍보물에,
아일랜드가 나은 위대한 예술가중 한명으로,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와일드, 사무엘 베케트, 버나드쇼, U2, 엔냐, 크랜베리스 등과 함께 이름이 올라있더군.

위대하기까지는 모르지만, 암튼 오랜만에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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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_랑카위

relation 2007. 12. 24. 1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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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지아, 랑카위, 포시즌 리조트

신혼여행을 갔었다.
크리스마스임에도 회사를 나오고,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결혼식과 신혼여행은 멀고 먼나라의 오래된 전설이 되어버린듯

이제 1개월이되었군.

제주는 하늘이 흐릿하고, 바람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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