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은 일상에 얼마만큼 작동하는가'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서로의 입장과 삶의 경로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요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특정종교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몸서리 칠만한 일이긴 하지.

허나 가끔은 술잔을 기울이며 누군가와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때가 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부자유스러운 것인지,
그래서 혹시 내가 그들의 칼날을 피하더라도, 그대가 그 칼을 대신 맞을 수 있음에 대해,
아직 행동하지 않지만, 우리가 얼마나 뜨거울 수 있으며,
그 뜨거움이 변화시킬 세상의 모습이 우리가 상상한것보다 얼마나 더 새로울수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를 선택해야하고,
현시점에서 우리의 지향과 대변자는 누구인지에 대해서까지 가보고 싶지만,

늘 우리의 대화는 엇나가기 일수다.
마치 서로 작정한 것처럼...

'눈뜬 자들의 도시' 에서 시민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  로부터 벗어난 4년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백지투표행렬에 동참한다.
누가, 왜, 어떻게 그런 집단적인 행동을 진행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
소설의 대부분인듯 달려가지만 끝내는 한권의 소설 내내
각각의 정치세력은 줄곧 조롱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제대로, 멋지고, 우아하게 조롱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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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꿈 - 박정만

book 2007/12/25 23:00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있다.
성당엘 가고 싶었으나, 일이 좀 꼬였고,
이제 서울 생활을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에 방청소를 좀 해야할 것 같으나,
깊이 인이 밖힌 게으름으로 인해, 노트북만 켜고 말았다.

오랜만에 떠오른 사람 하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먼 전설 혹은 신화이야기 같은,
광주항쟁 이후, 군부독재의 고문에
건강과 가족과 직업 모두를 상실하고,
술에 의지하다, 외롭게 죽어간 시인 박정만...

다들 흥겨운 크리스마스에, 왠 청승이냐 싶다만,


오지 않는 꿈
_ 박정만

초롱의 불빛도 제풀에 잦아들고
어둠이 처마 밑에 제물로 깃을 치는 밤,
머언 산 뻐꾹새 울음 속을 달려와
누군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내어다보면
천지는 아득한 흰 눈발로 가리워지고
보이는 건 흰눈이 흰눈으로 소리없이 오는 소리 뿐
한 마장 거리의 기원사(祈願寺) 가는 길도
산허리 중간쯤에서 빈 하늘을 감고 있다.

허공의 저 너머엔 무엇이 있는가.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풀뿌리같이
저마다 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나는 꿈마저 오지 않는 폭설에 갇혀
빈 산이 우는 소리를 저 홀로 듣고 있다.

아마도 삶이 그러하리라.
은밀한 꿈들이 순금의 등불을 켜고
어느 쓸쓸한 벌판길을 지날 때마다
그것이 비록 빈 들에 놓여 상할지라도
내 육신의 허물과 부스러기와 청춘의 저 푸른 때가
어찌 그리 따뜻하고 눈물겹지 않았더냐.

사랑이여,
그대 아직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제 아무리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아니하고
제 아무리 잠이 깊어도 꿈은 아니 오는 밤,
그칠 새 없이 내리는 눈발은
부칠 곳 없는 한 사람의 꿈없는 꿈을 덮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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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잠이 안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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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사랑에 관해,
지금까지 내가 본 최고의 책이라면,
역시

벡 교수 부부가 공저한 이 책,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을 꼽고 싶다.

물론 관련된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를 만큼 독서량이 부족하지만,

나에게 최초로 사랑을, 객관화 시키고,
열정과 낭만이라는 기름을 좌악 빼고  바라보게한 최초의 계기정도이지 않았을까.

'사랑'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의 신으로 군림해오고 있다.
거칠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랑이 유일한 나침반이며, 구원의 도구인듯한 바로 그 사랑.

현대사회는 끝간데 없이 개인화되어 가고 있지만,
사랑의 지위는 오히려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낭만주의를 넘어 거의 신격화되다보니,
사랑이, 사랑으로부터 배신당했을때,
그 개인에게 오는 혼란과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내게 남은 마지막, 적어도 이것만은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마법이 바로 사랑이었던 것이다.

"우리들의 사랑법 속에는 사랑에 대한 찬미가 있다. 이러한 찬미는 우리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잃어 버렸다고 느끼는 것들을 상쇄해 주는 일종의 균형추이다. 신이나 사제나 계급 또는 이웃도 아니라면 최소한 그래도 ‘너’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에 보면, 남녀간의 동반자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하나의 가족단위를 이루는 별이 그려진다. 사회주의적 이상이 또다른 형태로 발현된듯한...
가족이라는 것이 즉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개인과 타인을 성찰적으로 바라보고,
그 관계에 대한 진지한 시험장이라는 자세,

아마도 르귄과 벡부부는 아주 많은 교감이 가능할듯...

암튼 정말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밖에...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는 어디갔지...흠...


" 나는 가정이 성소
즉 재미와 즐거움만이 넘쳐나는 장소라고 보지 않는다-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가장 야만스런 피조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비폭력적이고 비파괴적인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고
동시에 한사람이 그(그녀)의 개성, 인간사, 희망과 공포를 알아감으로써
그가 만들어 내었던 이미지를
수천개의 조각들로 깨버리는 일은
오래 걸리고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이런 의미에서
결혼과 가족생활은
삶의 오물통과 마주하기에 훌륭한 장소이다.

그래서 나는 26년 6개월 동안의 결혼생활을 하고 나서
결혼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결혼은 훌륭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그것은 성별과 가치관과 관점과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결혼은 증오심을 극복할 뿐 아니라 증오할 수 있는 곳,
웃고 사랑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

----울리히 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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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ogi 2007/12/26 16:0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책 선물해주시기로 하셨죵? 잊지 마세요

  2. BlogIcon 붉은돼지 2007/12/26 17: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찜 목록에 올라있음~~

들개_이외수

book 2007/12/13 00:34 |
미투데이에 재치넘치는 댓글놀이를 하는 네티즌 이외수보다,
역시 그래도 칼, 벽오금학도, 들개 등의 소설가로서의 이외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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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들개


들개를 드디어 읽었다.
91년 북아현동 달동네 친구네자취방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을 채 100페이지를 못읽고 내려놓고 나올때
너무 서운했었던 기억...
이상하게 이렇게 손에서 미끌어지는 영화, 책들이
간혹 몇몇 있다.
꼭 보고 싶은데 그때그때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손대야하는 일이 생기는 것들.
그 숙원 하나를 엊그제 해결했다. 뿌듯...뿌듯...

들개의 주인공 남자는 이외수 자신의 투영인듯도 했다.
길들지 않으리라...는 외침,
진리입네 포장되는 모든 합리성과 이쁘고 곱상함으로 유혹하는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인간 치와와처럼 되긴 싫다는 것이겠지.

요즘 소설 중에는 이렇게 그 극에 닿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들이 흔치 않은 듯해 보인다.
모두들 글발은 누구에 뒤지지 않지만,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다닥다닥 긁어주는 듯한
그래서 소설을 읽다보면 머릿발이 삐죽 솟는듯한 소설은 흔치않다.

이외수 선생 ( 소설가보다는 선생이 어울리는듯해서리...) 이 좀 오랜동안 글을 쓰고, 기존 매체든 인터넷이든 자주 등장하셔서, 세상을 달리보고 달리 사는 사람이 주는 유쾌함과 감동을 오래도록 만끽 할 수 있었으면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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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 pale blue dot

book 2007/08/07 03:57 |

베르베르의 파피용과 칼세이건의 책 두권을 함께 샀다.
이건 우연이었다.

파피용을 읽고, 칼세이건으로 넘어간다.
추억의 영화 '콘택트'의 원작자...
그리고 그는 골수성 백혈병으로 죽었다.

다들 베르베르의 신작에 열광하고 있지만,
칼세이건의 저 찬찬한 느낌의 제목, '창백한 푸른 점(지구)'를 읽다보면,

칼세이건의 음성이 파피용에서는 성경의 묵시론적인 예언과 결합되어
찰칵하는 테잎이 돌아가는 정감어린 구식 녹음기를 통해 재생되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실의 문제라기 보다는 세계관의 문제....

인간이 생기기 5일 전에 생긴 우주, 인간은 신의 모습을 본딴
온 우주를 호령하는 제2인자이다. 보시기 좋았더랬다고 하셨다고들 하는데,
그건 직접듣지 않아 잘 모를일이다.
그래서 온 우주도 인간이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야했다.
이런 세계관이 깨진건, 코페르니쿠스가 아닌척 예를 쓰면서 덮어놓았지만,
코페르니쿠스 다음엔 걸출한 갈릴레오갈릴레이가 있었다.
천체망원경 구멍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없는 나는
그가 목성주위를 도는 위성의 움직임을 보며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확신이 생긴
그 원리를 알지 못한다.
나의 이해수준과는 별개로,
지구는 태양계의 중심도 아니고, 태양계는 우리가 속한 은하의 변방에 멀찍이 밀려나 있고,
태양같은 별은 우리 은하에만도 천억개인데, 우주엔 우리같은 은하가 또 천억개라고 하네.
우주에 있어서, 아라비아숫자는 의미가 없는듯...

이중에 창백하게 푸른 지구같은 행성은 오직 하나밖에 없을까.
그 지구를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으로 군림하는, 그리고 인간과 인간사이를 비열한 권력으로
그물지어놓은 이 끔찍한 인간과 같은 존재가 사는 행성이 정말 오직오직오직오직....
하나밖에 없을까.

파피용의 그들은 그곳을 향해 떠난다.
최소 천년, 그들의 50세대쯤 후손이 다을까 말까한 곳,
실제로 있어보이긴 하나, 확신이 가지 않는 그곳,
그곳이 아니면, 또 다른 별을 찾아 천년을 가려했던 그들,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마지막 희망은 오직 탈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양계를 벗어날 즈음, 보이저 2호는 카메라를 다시 지구 방향으로 돌려 사진을 찍는다.
저멀리 보이는 pale blue dot...
그곳에 우리가, 내가 살고 있다.

파피용을 타고 떠난 그들은 도착했을까....또다른 창백한 푸른 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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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nf 2007/08/09 11: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디서보니 자살의 이유가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때문이라고 하던데...희망을 갖고, 다른곳을 찾았는데 이곳과 똑같은 곳이면 넘 끔찍하지 않을까요? 하긴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희망에 부푼 시간만으로 의미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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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보네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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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5도살장'














그가 죽었다.
난 그가 죽었다는 뉴스로 그를 알게되었다.
지금은 '고양이 요람'을 읽고 있다.

즐겁게 공감을 얻으며
많은 사람의 공적(公敵)을 조롱할 수 있다는 것,
매력적인 일이다.
그는 무척 능수능란하다.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우끼는것도 쉽지 않은 나에게 그는 슬쩍 위대해보인다.

독일은 두번을 가봤다.
두번다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다
하루에 다녀올수 있는 도시들을 갔다왔다.
하이델베르그, 마부룩, 쾰른 ....

보네거트는
2차대전 당시 드레스덴이라는 도시에 독일군 포로로
제5도살장에 수용되어있었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7만 5천명이 죽었다.
연합군의 드레스덴 공습으로 13만명이 죽었다.
그는 제 5 도살장, 깊고 깊은 지하실에 수용되어있었기에,
찬란한 고대의 도시가
담배재처럼 흩어져갈때 살아남아남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문구,
다들 그렇게 가는거지...

전쟁은 멀다.
역대 최악의 환경, 문명 파괴 전쟁이었던 한국전쟁도 이미 50년이 훨씬 지났다.
우리의 기억엔 물론이고, 아버지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전쟁의 냄새,

허나 조승희군이 버지니아 공대에서 30여명을 총질하던날,
이라크에서는 폭탄테러로 120명이 죽어갔다.
드디어 한국군 한명이 이라크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나도 군대에서 26개월을 지냈다.
멀지만 가까운 전쟁,

보네거트의 소설에서 잔혹하게 조롱당한다.
전쟁이 국가의 가장 극단적인 권력행사라면,
보네거트는 국가, 사회....암튼 거대담론에 대한 의문을 예리하게 던질줄 아는 작가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었군.
김훈은 얼마나 달랐던가.
인조, 김류, 김상헌, 최명길...

하긴 전쟁이 없어도 삶은 치열하다.
멀든 가깝든 감상에 젖을것 까지는 없는것 아닌가.

나도 좀 싸워줘야지.

PS 1.
시간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게함.
많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황중에 하나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일들을 변화시켜, 현재혹은미래의 일들에 개입하려고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이미 우주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변화시키려하지 않음, 왜냐 시간과 공간을 4차원 그자체로 인식하면서,
본인이 가장 행복했던 때만을 주목하면서 살기때문...
끝이 있거나 말거나, 달라지거나 말거나 상관없음.

PS2.
신약에 대해 재밌는 해석을 한 소설가가 나오는데,
신약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사기꾼인줄 알고 죽였더니, 세상 가장 센 존재의 아들이더라...
즉 센놈의 아들들을 건들지 말라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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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nf 2007/05/31 22: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드레스덴. 폐허가 되었어도 은근 멋졌던 곳이었음. 그나저나 난 왜 모르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걸까요? 모르는건 많고 의욕은 없도다..;-_-

  2. BlogIcon JiiSEn 2008/07/18 09: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어제 제5도살장 주문했어요.
    무척 기대되는 소설..~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샨사의 측천무후 읽기

book 2007/03/21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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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사의 측천무후

샨사의 소설 중에 두번째...

어제 팀애들과 책이야기하다가 한참을 이 소설에 대해 떠들어댔다.

책과 그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끔 말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쁘면서, 말이 막 꼬이는 나를 발견한다.
그 소설의 느낌, 소설이 주던 긴장과 희열에 대한 기억이 온통 얽히고 섥혀서 잘 정리되지 않을 뿐더러,
그저 '괜찮았다'는 느낌만은 너무나 강렬히 남아있어서,
그 기분을 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까지 섞여드는 그런 나,

이 책의 측천무후가 얼마나 불행한 성장기를 거쳐, 냉혹하지만 위대한 여황제가 되고, 이를 후대가 의도적인 오해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 보다는,
측천무후의 열정적이면서도 냉혹한 사고와 행동방식들이 흥미로웠다.

가끔 소설을 덮고 빠져나올때, 난 늘 이 작가의 손에 너무 긴장된 채로 붙잡혀있었다는,
그래서 갑자기 힘이 빠지고 허탈해지는 기분이 자주 들었다.
이 소설이 날 2도쯤 몸을 데우고 있었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살기에는 난 너무 멀리 와버렸지만, 가끔은 샨사체(?)로 내 스스로에게 독백하는
날 발견하며 우스워하기도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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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nf 2007/03/21 22: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 이거 보고잡음.

이거 예전에 본적있는데 다시 보니 직접 해보고 싶네...^^

책은 일단 '수잔 손탁'의 '사진에 관하여',
23페이지 다섯번째 문장은...

은밀히 작동하는 자신의 취향과 의식에서까지 벗어날 수는없다. 1930년대 말 미국 농업안정국의 사진 프로젝트에 참여한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들(워커 에반스, 도로시아 랭, 벤 샨, 러셀 리 등등)조차도 자신의 피사체였던 소작농의 정면사진을 수십 장씩 찍었을 것이다. 피사체의 표정을 필름에 제대로 담았다고 만족할 때까지, 그러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빈곤, 존엄성,착취,빛의밝기,짜임새,기하학적 형상 등의 관념에 부응하는  그 무엇인가가 피사체의 얼굴에 명확히 드러났다고 여길 수 있을때까지 말이다. 사진작가는 사진이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선호하는 노출 방식이 있기 때문에, 피사체에 특정한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다. 카메라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는 생각도 존재하지만,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아의식을 싹 없앤 채 비교적 별다른 생각 없이 아무 것이나 사진에 담는다해도,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내재된 뭔가를 가르치려는 태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행위의 수동성 (그리고 편재성),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진이 우리에게 건네주는'메시지'이자 사진이 드러내놓는 공격성이다.

난 아직 카메라라는 도구에 대한 이해수준이 너무 낮아,
모든 결과물들은 기껏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대상을 선택하고, 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대한 판단 등,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해석하는 것'으로 등치시키기는
조금 무안한 마음마저 들기도 하네.
어쨋든 수전손탁의 거침없이 휘갈겨대는 저 글쓰기 솜씨에 그저 멍하니 젖어있을 따름이다.
사진의 공격성...
임의로 선택하고, 맘대로 해석하고나서는 그 자체를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사진의 기제,
헌데 그 맛에 다들 사진 찍는 거 아냐...!!!

으...잠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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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nf 2007/02/21 22: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무엇보다 일단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젤 중요한거 아닌가? 앞으로를 기대해보겠슴

어슐러 K 르귄의 소설세계는 '헤인시리즈'와 '어스시시리즈'로 크게 양분된다.

고대와 미래, 지구와 우주 라는 시간과 공간의 교차지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문제, 자유와 평등이라는 거대담론 위주의 사회성이 듬뿍 묻어나는 서사들이 헤인시리즈의 특징인 반면,  어스시시리즈는 고대 마법의 세계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마법사들의  모험이 철저히 자아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익히 듣고 보아온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 시리즈와는 환상문학으로서의 진로가 이미 달랐다.
선과 악을 상정하고, 절대적인 힘의 열세를 딛고, 본질적인 선을 기득해온 주인공들이 모든 역경을 헤치고, 악을 무찌르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면,

어스시시리즈는 마법의 핵심이 존재마다 가진 본질적인 언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위협하는 어둠의 세력과 그 근본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악이라는 것은 결국은 절대선과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된 이면일 뿐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극복하고 제거되어야할 것은 늘 개인의 내면에 그 또아리를 틀고 있고,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슬그머니 붙들고 늘어져 어깨에 올라타서는  함께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한권 한권이 양이 많지 않다.
양장본으로 재편집되어 나온 황금가지 출판사의 어스시 전집은
작가가 미국의 고등학생에게 읽힐 만한 좋은 책을 써달라는 주변의 요청에 대답하듯,
나긋나긋하고, 쉽고, 편하게 쓰여진 소설을 여백많은 편집으로 소화한 이쁘장한 책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의 '게드전기'는 어스시시리즈의 3권인
'머나먼 바닷가'를 영화화한 것인데, 실재 책은 애니와는 차원이 다르다.

존재에 대한 성실한 탐구, 삶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붙잡고 있고 싶어하는 자,
이 시리즈를 거부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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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두는 여자_샨사

book 2006/10/16 13:02 |

다이 시지에에 이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그 두번째,
'샨사'의 '바둑 두는 여자'를 읽었다.

책을 잡고 앉아서,
먹고 마시는 일에 시간을 흘리지 않고
끝장을 넘겨버린 오랜만의 책이다.

호흡을 자제한 간결한 문체,
서로를 둘러싼 모든 소음으로 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듯한 주인공 두사람,
책장이 줄어드는게 어느 순간부터 안타까워지더군.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는다,
허나 그런 사랑이 주는 낭만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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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plim 2007/03/23 20:0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거 많이 땡겨요 중국 프랑스 바둑 여자 사랑,, 이 묘한 조합이라니 +_+
    요즘 좋은 책 얘긴 넘 많이 듣는데,, 다 그냥 먹어버리고 싶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