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의 블로깅
카테고리 없음 2008. 12. 29. 19:28 |그냥 평생 이 게으름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살아야지...괜한 스트레스를 주고받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늙어가면 머 어때...ㅋㅋㅋ
산방산 가는 길, 제주의 5월은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아직은 아무도 찾지 않는 모래틈에서
중문의 하늘...맑긴 맑다.
집에서 본 서쪽바다
금릉해수욕장에서 본 석양
대략 19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말못할 사연 한두개쯤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뉴욕 어느 거리, 평범한 사람들의 곡절 깊은 이야기들,
난 그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 8시 매일 자기 담배가게를 사진으로 찍고,
친구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도둑의 돈을 훔친 아이는 도둑에게 쫓기면서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가고,
18년동안 헤어졌던 여인은 남자에게 딸이 있다는 소식을 이제야 알리면서 돈을 뜯는다.
매일 아침 한장씩, 4천장을 찍어대던 그 Canon AE-1 카메라는 알고보니 훔친 것이었다.
작은 일상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삶은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비정형적으로 점멸하는 것일진데,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세상의 이런 저런 숱한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내게 있고,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투여하는 좋은 취미꺼리가 있을 것이며,
그런 저런 꺼리들로 어느 누구와도 맥주한잔을 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동네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착하면서도 쿨한 좋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회사의 사장이나, 대통령이되는 것만큼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 별로 자신은 없는 것이다.
봄이 되니 사람들도 밖으로, 겉으로 솟아오르듯 하나둘씩 모임이 생기기 시작한다.
회사 동료들과 처음으로 오름을 오른다.
제주의 산하는 그 풍경이 육지와 사뭇 다르다.
교래리 가로수길에서부터 물찻오름까지 걷는 한시간의 산길은
원더랜드 어느 변두리같은 황량함과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 한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그 산길 어느 한가운데서 아무런 인공적인 조명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빛도 없고, 바람에 마른 잎들이 쓸리는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잠시 암약하는 짐승처럼 어슬렁거려 보고 싶은 충동...
물찻오름은 이름 그대로, 꼭대기 분화구에 물이 그득차있다.
주왕산, 주산지처럼 물속에서 솓아 있는 왕버드나무의 늠름함과 호쾌함이 있진 않지만,
조용하고, 소박하게 물을 감싸고 있는 폼새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로 오게된 모든 인연과 내 스스로의 결정에 또한번 감사하게 됨...!!!
3년정도 제주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으나 감흥은 없다.
오늘은 제주에도 눈이 내렸다.
곱게 빻은 밀가루 같은, 부슬거리는 눈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