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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06 어슐러 K. 르귄_어스시 시리즈
어슐러 K 르귄의 소설세계는 '헤인시리즈'와 '어스시시리즈'로 크게 양분된다.

고대와 미래, 지구와 우주 라는 시간과 공간의 교차지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문제, 자유와 평등이라는 거대담론 위주의 사회성이 듬뿍 묻어나는 서사들이 헤인시리즈의 특징인 반면,  어스시시리즈는 고대 마법의 세계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마법사들의  모험이 철저히 자아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익히 듣고 보아온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 시리즈와는 환상문학으로서의 진로가 이미 달랐다.
선과 악을 상정하고, 절대적인 힘의 열세를 딛고, 본질적인 선을 기득해온 주인공들이 모든 역경을 헤치고, 악을 무찌르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면,

어스시시리즈는 마법의 핵심이 존재마다 가진 본질적인 언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위협하는 어둠의 세력과 그 근본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악이라는 것은 결국은 절대선과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된 이면일 뿐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극복하고 제거되어야할 것은 늘 개인의 내면에 그 또아리를 틀고 있고,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슬그머니 붙들고 늘어져 어깨에 올라타서는  함께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한권 한권이 양이 많지 않다.
양장본으로 재편집되어 나온 황금가지 출판사의 어스시 전집은
작가가 미국의 고등학생에게 읽힐 만한 좋은 책을 써달라는 주변의 요청에 대답하듯,
나긋나긋하고, 쉽고, 편하게 쓰여진 소설을 여백많은 편집으로 소화한 이쁘장한 책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의 '게드전기'는 어스시시리즈의 3권인
'머나먼 바닷가'를 영화화한 것인데, 실재 책은 애니와는 차원이 다르다.

존재에 대한 성실한 탐구, 삶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붙잡고 있고 싶어하는 자,
이 시리즈를 거부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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