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는 안될 일을 모두 기술할 수 있을까. 

세상의 우연 모두를 기록하다 보면 현재의 내가 왜 이런지 결국엔 정리해 낼 수 있을까. 

 

길을 떠나는 존 그레디, 롤린스...그 길에서 만난 불길한 기운의 블레빈스

아름다운 귀족의 딸 알레한드라...그리고 고모할머니, 경찰서장 등

 

꼭 그래야만 했을까. 

꼭 떠나야 했고

블레빈스를 데리고 다녔어야했으며

알레한드라와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으며

블레빈스의 복수를 했어야 했고, 말을 꼭 찾아서 주인에게 돌려주려 했어야 했을지. 

 

존 그레디 콜에게서 삶의 거대한 중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척추를 느낀다. 국경에서, 광야에서, 감옥에서 그를 넘어뜨리려는 모든 것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다가오는 폭력을 더 큰 본능으로 지배하고, 사랑 앞에 물러서지 않으며, 세상의 모든 예쁜 말들을 인간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얼마 전까지 인간은, 그 족속 중 특히 남자들은 저렇게 살았을 거 같다.  제도가 촘촘해지지 않았던 시대, 폭력과 권력이 국가로 독점되지 않아 사적인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 우린 그 시대로부터 조금씩 길들여져 여기까지 왔다. 

 

규칙을 지키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집행의 정교함을 발전시켜가며 날뛰는 폭력 속의 젊은 수컷들을 제어해 왔다. 

 

존 그레디는 좋은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예쁜 말들의 말을 이해할 줄 알았고, 알레한드라를 사랑했으며, 블레빈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미국적인, 미국의 백 년 전쯤이 눈에 아른거린다. 

거대하고 축복받은 땅을 폭력으로 차지하고 그 땅의 지배자로 삶의 경험이 쌓여가던 때 수많은 존 그레디와 롤린스, 블레빈스가 살다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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