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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까이서 본 기차'


일요일이다.

회사에 일이 있었고, 오전의 업무들이 정리되면 아무런 약속없는,
일요일 늦은 오후가 남겨져있었다.

씨네큐브는 늘 이런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차를 몰고 갔고,
'가까이서 본 기차'를 보기로 맘 먹었다.

체코의 명장, 이리 멘젤 감독의 첫작품,
28세에 이미 이런 영화를 만들었었군.

이런 식의 유머는 어디서 어떤 경로로 체득하게 되는 걸까.
불쌍하고, 짠하면서도, 유쾌한 키득거림은 끊이지 않는다.
좀 과한 여성숭배, 조루한(?) 남자 블로시( 조루에 대한 공포로 자살까지 기도함...ㅡ.ㅡ;),
그리고 얼핏 보이는 나치라는 국가주의에 대한 조롱...등등등
키득거릴만한 것은 널려있음이다.

흑백영화가 스토리나 배경보다 등장인물에 더 주목하는 듯한 시선을 보이면,
사람들의 삶이 훨씬더 극적인 느낌으로 살아난다.
영화는 전쟁의 섬뜩함을 은근히 비난하고 있지만,
절대 과격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며,
주인공인 블로시, 여자친구, 선배역무원, 그리고 그의 여자들에 주목하다가,
결국은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듯한 여운을 남기고 영화를 마감한다.

다시 또 흑백사진에 몰입해야겠다는 다짐,
이 영화처럼 국가와 체제와는 극적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 허나 그 안에서 생활하고 저항하는....)
사람의 표정을 잡아봐야겠다는 욕심이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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