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9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말못할 사연 한두개쯤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뉴욕 어느 거리, 평범한 사람들의 곡절 깊은 이야기들,
난 그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 8시 매일 자기 담배가게를 사진으로 찍고,
친구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도둑의 돈을 훔친 아이는 도둑에게 쫓기면서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가고,
18년동안 헤어졌던 여인은 남자에게 딸이 있다는 소식을 이제야 알리면서 돈을 뜯는다.
매일 아침 한장씩, 4천장을 찍어대던 그 Canon AE-1 카메라는 알고보니 훔친 것이었다.

작은 일상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삶은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비정형적으로 점멸하는 것일진데,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세상의 이런 저런 숱한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내게 있고,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투여하는 좋은 취미꺼리가 있을 것이며,
그런 저런 꺼리들로 어느 누구와도 맥주한잔을 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동네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착하면서도 쿨한 좋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회사의 사장이나, 대통령이되는 것만큼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 별로 자신은 없는 것이다.

:

파리 텍사스_빔벤더스

film 2007. 8. 16. 04:25 |
빔 벤더스는 이 영화를 자신의 두번째 영화라고 했다.
그전에 여러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그 전에 찍은 모든 영화들은 이 영화를 찍기까지의 여정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
이 영화를 왜 이제야 보게되었는지 안타까웠다.
현을 뜯는듯한 라이쿠더의 음악이 예사롭지 않았고,
텍사스의 하늘과 사막의 풍경은 그대로 멋진 사진이었다.
가족, 관계, 그리고 그안의 소통에 대해 읊조리는 캐릭터들은 멋지게 살아있다.
미국에서 찍었지만 절대 미국 영화일 수 없는 영화,
파리 텍사스는 감히 명작중의 명작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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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재회_핍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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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재회_제인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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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재회_제인과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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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트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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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film 2007. 5. 27. 2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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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中, 사고로 죽은 코고는 남편을 따라하던 죽은 준이를 생각하는 신애


영화 '밀양'은 질의만 있고, 응답이 없다.

개인의 불행은 어디에서 오고,
이를 인간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구원과 용서는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하긴 세상 어느 누구도 답이 쉽진 않겠지.
그렇지만 햇살 한줌에도 하나님의 숨결이 존재하고,
그의 손을 잡기만하면 모두 평화롭고, 구원받는다는 식의
손바닥 한번 뒤집으면 만사 해결이라는 그네들의 세계관은 더 밥맛없음이다.

신애(전도연 분)가 자식을 유괴당했을때,
유일하게 도움을 청하러간 김사장(송강호 분)은 노래방기계앞에서 춤을추며 노래중이었다.
텅빈 밀양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자식을 죽인 살인자가 자기 앞을 지날때는
눈도 못마주치고, 고개를 돌리고야 말았었다.

종교의 힘으로 살인자를 용서하러 갔지만,
신께 미리 용서받고 구원받았다는 살인자의 말에,
죽임을 당한건 자신의 아들 준이고,
세상의 모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자신이지만,
용서의 주체마저도 자신이 아님을 알고,
배신감에 미쳐버린 신애,

삶은 조금만 삐끗하면, 갈기갈기 찢기기 일수다.
그리고 나도 슬쩍 엇나가다보면, 누군가는 평생 안고 살게될지 모를
무지막지한 상처를 입힐수도 있다. 이미 그랬는지도 모르고...
허나  그런 찢기고 상처난 것들을 보듬어 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지 않은가.
빌어먹을..

자기 머리를 깍는 신애를 위해 거울을 들어주는 김사장, 그대가 곧 희망이요.
사람에 대한 깊고 깊은 이유없는 신뢰와 애정이 삶을 살게하는 힘이지요.

부디 배반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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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까이서 본 기차'


일요일이다.

회사에 일이 있었고, 오전의 업무들이 정리되면 아무런 약속없는,
일요일 늦은 오후가 남겨져있었다.

씨네큐브는 늘 이런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차를 몰고 갔고,
'가까이서 본 기차'를 보기로 맘 먹었다.

체코의 명장, 이리 멘젤 감독의 첫작품,
28세에 이미 이런 영화를 만들었었군.

이런 식의 유머는 어디서 어떤 경로로 체득하게 되는 걸까.
불쌍하고, 짠하면서도, 유쾌한 키득거림은 끊이지 않는다.
좀 과한 여성숭배, 조루한(?) 남자 블로시( 조루에 대한 공포로 자살까지 기도함...ㅡ.ㅡ;),
그리고 얼핏 보이는 나치라는 국가주의에 대한 조롱...등등등
키득거릴만한 것은 널려있음이다.

흑백영화가 스토리나 배경보다 등장인물에 더 주목하는 듯한 시선을 보이면,
사람들의 삶이 훨씬더 극적인 느낌으로 살아난다.
영화는 전쟁의 섬뜩함을 은근히 비난하고 있지만,
절대 과격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며,
주인공인 블로시, 여자친구, 선배역무원, 그리고 그의 여자들에 주목하다가,
결국은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듯한 여운을 남기고 영화를 마감한다.

다시 또 흑백사진에 몰입해야겠다는 다짐,
이 영화처럼 국가와 체제와는 극적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 허나 그 안에서 생활하고 저항하는....)
사람의 표정을 잡아봐야겠다는 욕심이 끓어오른다.






:

영화 '타인의 삶'

film 2007. 4. 23. 0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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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중인 비즐리 (울리쉬 뮤흐)













사전 정보는 거의 없었다.다음탑에 1-2주 계속 평점 1위인것이 오히려 못마땅하기도 했다.
오랜만의 독일영화라는 신선함에 대한 기대 하나로 예매를 하는데,
벌써 많이들 내렸거나, 하루에 1-2회만 상영을 하다보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거의 7-8년만에 명보극장을 찾았다. 언젠가 명보극장이 개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은데
근래에 가본 극장중 가장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는 극장이었던 것 같음.
의자에서 전해지는 지하철 3호선 지나는 진동이며,
유니폼 상의를 풀어헤치고, 런닝셔츠를 드러내놓고, 바닥을 빗질하고 다니는 아저씨,
한적한 매점 등등 극장이 주는 포스가 10여년 전을 그대로 느끼게 하더군.

영화는 제대로 건축된 푸랑크푸르트 다리같은 느낌이었다.
튼튼함이 강하게 느껴지고, 감정은 최대한 자제되어있는듯하지만,
사람들을 푸근하게 지켜봐주고 있는 듯한 기분...

엿보기는 이미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있다.
또 의외로 우린 엿보여주기에도 또한 능숙하다.
그것이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나마 개인의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할 뿐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 까지꺼 그냥 닫으면 끝일 수도 있으니까.

허나 영화는 권력에 의한, 권력의 왜곡된 욕망에 의한 엿보기의 섬뜩함을 이야기한다.
엿보기를 당하는 작가 그라이만은 그나마 동독에 남은 몇안되는 체제를 옹호하는,
그 체제 속에서의 이상을 지향하는 작가임에도 도청과 감시 속에서 사적공간을 점령당한다.
그렇게 이상적인 체제를 향한 개인의 감시마저도 공감 받기 어려운 것인데,
게다가 그 감시를 지시한 장관은 사실은 그라이만의 연인, 크리스탈을 소유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에 의한 것이다.
국가와 체제에 대한 이상화, 그 이상화의 탈을 쓴 욕망을 감독은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낸다.
장관이 크리스탈을 겁탈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본 영화속 강간장면 중 가장 낯뜨거웠다고 해야하나...정말 욱하니 먹은게 올라오는 것 같은, '돌이킬수 없는' 에서 모니카벨루치의 지하도 장면 다음으로 가장 역했었다.

그러나 그 섬뜩함 속에서도 인간은 또 다른 방향의 진화를 경험하기도하지.
영화 속에서 엿보기의 주체를 맡은 비밀경찰간부이자, 비밀경찰 도감청강의 교수인 비즐리는 서서히 엿보기 대상에 의해 오히려 해체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이 읽는 브레히트의 시에, 그들이 나누는 사랑에 깊은 감정의 울림을 경험하고,
점점 엿보기가 아닌 현실 생활에서 그들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좁은 어깨에 군더더기 없는 복장으로 팔도 제대로 흔들지 않는 정적인 표정과 자세가 그의 고독을 절절하게 만든다. 비즐리가 도청을 시작할때부터 작가와 연인이 관련된 장면에서는 관객인 나는 비즐리가 된다. 그들이 대화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든 장면들을 비즐리가 보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내가 곧 비즐리가 된듯한 불편함을, 또 동일한 감정선을 붙잡고 가는 동지적인 관계가 형성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비즐리가 첨으로  몸을 파는 여인을 불렀다가 돌아가려는 그녀를 붙잡고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 부탁할때, 나도 역시 낯이 뜨겁기도 하고, 또한 그가 한없이 비루하고 짠해보이기도 하더군.

독일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서 인지,
내가 볼 정도이면 이미 많이 필터링 된 영화이기 때문인지,
한번도 실망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바그다드카페, 베를린 천사의 시, 노킹온헤븐스도어...









:
좋아하는 배우가 상을 받는 것 역시나 내가 받은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포래스트 휘태커가 상을 받았다. 그것도 아카데미 주연상,
괜히 '미국'이래서, '아카데미'라서 깍아내릴 필요가 없겠지,
당연히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니까.
90년대 초반 내겐 나름 강렬했던 사람이,
한동안 잘 안보여 내내 아쉬웠는데, 잘됐다.  참 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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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휘태커



Daum 영화에
이 사진 밖에 없네.
그동안 그만큼 관심을 못받았었다는 반증이겠지.

다시한번, 크라잉게임이나 스모크를 한판 봐줄까봐.

:

좋아하는 배우 - 정유미

film 2006. 10. 27. 13:02 |


영화 '사랑니'에서 발견하고, '가족의 탄생'에서 드디어
좋아하는 배우 카테고리에 넣었다.

사람을 사귈 때도 목소리에 주목하는 편인 나는
특히 이 배우의 목소리가 맘에 든다.

깔깔한듯하면서도,
청명하게 울리는듯한...

아래는 정유미의 첫출연 단편영화인, '폴라로이드 작동법' 이라는 영화다.
DVD를 살까 했더니, 역시나 동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네.


:

웨인 왕의 이전 영화 '조이럭클럽'이 너무 좋아서,
이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코아아트홀엘 갔었다.
당시 사귀던 여자아이는 결국 따라오지 않았다.

이 영화를 통해서, 폴오스터를 알게됐다.
아버지때문에 싫어하던 사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크라잉게임에 나왔던 '포레스트 휘태커'가 또 나와서 좋았고,
'폴 역-윌리엄허트'와 '오기 렌 역-하비키이틀'의 나이든 중년의 묵직한 우정도 닮고싶었다.
오기의 크리스마스 추억도 따스했고,
아내와 딸과의 관계 맺음, 그리고 갈등에 대한 해결방식,
정이 넘치면서도 과도한 감정표현은 자제하는 어른스러운 태도들도 좋았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가장 가슴을 후벼파던 장면은,
오기 렌이 폴에게
매일 아침 7시, 몇십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담배가게 건너편에서 자신의 가게를 향해 찍은 흑백사진 앨범을 보여주는데,
폴이 진정으로 사랑했고,
어느날 길을 건너기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가,
돌진한 트럭으로 인해 갑자기 세상을 뜬 자신의 아내,
그리고 그 일로 몇년간 우울증에 빠져 담배가게를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담을 쌓고 지냈던
계기가 된 아내가,
죽기 몇분전 바로 오기가 찍은 사진에 담겨져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오기의 품에서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영화였나, 책이었나, 아니면 누군가의 다른 글에서였나,
늘 이 영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

'매일매일 일상이 쌓여 역사가 되었다'

:

김기덕의 '시간'

film 2006. 9. 4. 01:42 |


















'시간'을 봤다.
거친 호흡으로 봉준호를 까댔는데, 어라.. 그게 오히려 마케팅이 되어버린 영화,
게다가 약간은 유순해진 탓인지
최근 김기덕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댄다.
우연처럼 배우들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성형수술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씬들이 약간 맘에 걸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으로 성실한 느낌의 영화였다.

같이 본 녀석은 좀 어렵다며 투덜거렸지만,
김기덕식 구성에 이젠 익숙해졌나보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90여분을 지냈다.

일상적으로 삶은 삼투현상을 일으키며 서로의 삶에 얽혀들어가고,
관계없는 자아들끼리 얽혀매여 상채기를 내었다가,
다시 보듬었다가 그러다 다시 껴안고 함께 나락을 향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그속에서 구원이란 무엇인가, 가능한가, 또 꼭 필요한가,
구원이라고 생각한게 타인이 보기엔
지옥 그 자체이기도 하지 않은가라는 물음들이 반복된다.
나쁜남자, 파란대문, 섬, 해안선, 사마리아....그리고 '시간'...
난 늘 김기덕 옹호론자 중 하나였다.
주변의 몇몇 패미니스트들의 격한 비판에도
그의 새로운 구성에 잠시 손을 들어주곤 했다.

세상에 비해서라기 보다,
기존 다른 영화들에 비해 파격적이었던,
그의 새로움에 이젠 익숙해져 버렸다면,
조금은 그와 거리를 두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살다보면 그리 어렵게 살지 않아도,
자신을 끝까지 밀어부쳐보지 않아도,
소소한 기쁨들, 자잘한 행복들에 웃을 수 있음이
곧 구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삶에 궁극에 닿는 듯한 찌릿한 느낌도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

허나 김기덕이 없었다면,
김기덕에, 김기덕의 궁극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차마 꿈엔들 가능했을런지...

:

플라이대디...

film 2006. 8. 7. 15:28 |
이준기를 보러왔겠지,
근데 이문식을 보고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치다, 흐느끼며 울먹이는 여성들이 몇 있었다.

괴물이 괴물처럼 전국 50% 이상의 스크린을 먹어버린 요즘,
플라이대디가 몇십만 이상의 관객들을 끌어들이긴 어려워보인다만은,

암튼 다른 사람들이 보건 말건, 나랑 꽃돼는 은근 즐거웠삼,
책으로도 한판 봐줘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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