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시간'

film 2006. 9. 4. 01:42 |


















'시간'을 봤다.
거친 호흡으로 봉준호를 까댔는데, 어라.. 그게 오히려 마케팅이 되어버린 영화,
게다가 약간은 유순해진 탓인지
최근 김기덕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댄다.
우연처럼 배우들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성형수술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씬들이 약간 맘에 걸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으로 성실한 느낌의 영화였다.

같이 본 녀석은 좀 어렵다며 투덜거렸지만,
김기덕식 구성에 이젠 익숙해졌나보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90여분을 지냈다.

일상적으로 삶은 삼투현상을 일으키며 서로의 삶에 얽혀들어가고,
관계없는 자아들끼리 얽혀매여 상채기를 내었다가,
다시 보듬었다가 그러다 다시 껴안고 함께 나락을 향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그속에서 구원이란 무엇인가, 가능한가, 또 꼭 필요한가,
구원이라고 생각한게 타인이 보기엔
지옥 그 자체이기도 하지 않은가라는 물음들이 반복된다.
나쁜남자, 파란대문, 섬, 해안선, 사마리아....그리고 '시간'...
난 늘 김기덕 옹호론자 중 하나였다.
주변의 몇몇 패미니스트들의 격한 비판에도
그의 새로운 구성에 잠시 손을 들어주곤 했다.

세상에 비해서라기 보다,
기존 다른 영화들에 비해 파격적이었던,
그의 새로움에 이젠 익숙해져 버렸다면,
조금은 그와 거리를 두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살다보면 그리 어렵게 살지 않아도,
자신을 끝까지 밀어부쳐보지 않아도,
소소한 기쁨들, 자잘한 행복들에 웃을 수 있음이
곧 구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삶에 궁극에 닿는 듯한 찌릿한 느낌도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

허나 김기덕이 없었다면,
김기덕에, 김기덕의 궁극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차마 꿈엔들 가능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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