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있어서 일찍 업무를 마감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이미 결정되고 진행되어 버리는건 아닌지라는
조바심에 대해 생각한다.

98년 혹은 99년이던가,
김규항이 씨네21에 연재하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라는 칼럼이 있었다.
짜릿한 글, 글로 인한 전율을 느낀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제목은 그랬다. '혁명은 안단테로'

B급좌파며, 나는 왜 불온한가라는 책들, 그리고 그의 블로그 글을 보는 것은
적어도 나의 정서와 사상적 위치가 어디를 향해야하는지 기어코 확인코자하는 억지같았다.
얼치기 종교인의 비윤리적인 행위 뒤의 습관적인 고백성서 같은...
물론 이런 것은 또있다. 예를 들면 한번도 참석해본적도 없는 민노당 당비를 매달 내는 일 같은...

난 사실 사회주의자 혹은 진보주의자도,개혁세력도, 운동권도 아닌  일반 사회인일 뿐이다.
과거 나와 내 주변 패거리들이  전경을 쫓거나 쫓기며 거리를 달렸고,
짱똘을 던지고, 화염병을 제조하는 기술이 있었고, 쇠파이프에 녹색테잎을 감으며 전의를 불사르던 것이,
그러다 학년이 올라가 그들이 짐스러워, 학교에 남지않고 군대로 탈주를 자행했던
그런 20대 초반의 기억들이 날 말해주지 않는다.

그냥 나는 어느 섬마을에서 결혼해서 직장생활하고,
늦은 결혼후 아이가 태어나면 어찌 키울지에 대한 고민이 태반이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끔 술을 마시는 것에 만족하는 살고 싶다는 마음을 늘 되뇌인단말이지.

혁명은 안단테로를 다시 찾아서 읽어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내가 그런 맘을 먹고 살아질 것 같진 않다.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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