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출장의 끝

etc. 2010. 8. 11. 23:31 |
아직까지는 자체적인-회사로부터 정식 결재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계획이나,
제주생활은 곧 끝장 날듯하다.

1년이상 서울로 출장을 다녔었고,
올해 들어와서는 거의 매주 주 4-5일을 서울에 올라와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뒤로 하고,
기껏 마음속으로 '아빠 서울 댕겨올께~'라는 말을 뇌까리고는
콜택시에 몸을 맡기고, 위대한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발 김포행 7시 대한항공 비행편을 타는 이 생활...

그래도 그나마 위안인 것은,
택시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퇴근해도 별로 불러주는 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신촌을 가고,
신촌 '서른즈음에'에서도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어서 관심없는 주인장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그 모든 시간동안

하릴없이 읽고 또 읽은 것.

그래서 인생 그 어느 시절보다,
텍스트와의 친밀감이 늘어난 것이 유일한 위안인듯하다.

그리고 그 모든 책들은 그 자체적인 존재이유들을 가지고 있어서,
왜냐면 자본주의시대의 작가들은 읽힐만한 것들을 쓰며,
출판사 기획/편집자들은 읽힐만한 것들을 자기 급여를 걸고 만드는 경향들이 있기 때문인지,
어떤 책을 읽어도 그 나름의 생각할 꺼리와 고민을 던지는지라,
삶의 또다른 이면에 대해 이전 그 어느 시절보다 많은 탐구 속에 휩싸여 지내온 듯하다.

지금도 읽는 칼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어제막 끝낸 바바라시의 '버스트' ,
벌써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 그 누군가의 '모던타임-센포드 플레밍과 표준시의 탄생' 등
얼마나 많은 세상에 대한 흥분, 삶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지...

한 10년 쯤이 지나,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려는지 모르지만,
사실 이 글도 10년 쯤 지났을때 이시절을 제대로 꺼내기 위한
이 시절에 대한 어설픈 메모한줄쯤이긴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시절이었음을 꼭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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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없어 끄적임

etc. 2010. 2. 11. 19:08 |

오랜만에 휴가를 냈다.

블로그도 일종의 글쓰기라면, 점점 이와 멀어지고 있는 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87년, 중3이던 나는
6.29 선언 이후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지형과 무관하게
골방에 틀어박혀 몇십장의 연애편지를 끄적였었다.
그때의 그 연애편지들은 여동생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달되었고,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남은건 내 마음을 적확하게 은유할 수 있는 문장을 찾기 위해 중고책방에서 구매한 시집 수십권과,
정성스레 글씨를 다듬는다는게 결국 약간은 여성스런 글씨체를 가지게 된 것 정도랄까...

이젠 이렇게 끄적이는 것이 너무 어색하다.

시집 속에서 문장을 찾던 탐색도, 글씨를 다듬던 정성도 삶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와이프를 어찌 설득할까 궁리하거나,
가끔 미투데이나, 트위터를 얼쩡거릴 뿐이다.

헌데 연애편지도 글쓰기였나 싶네...

암튼 오랜만의 휴가기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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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풍경

etc. 2009. 2. 28. 18:11 |
임신한 아내는 잠이 들었다.
같이 있어달라는 바램에 나도 역시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빌려온 맥북 에어를 이래저래 써보고 있다. 좋은 장난감이 하나 생긴거다.

요즘은 어울리지 않게 성경을 가끔 읽는다.
예수는 대부분의 대화와 연설에 비유와 상징을 동원한다.
반면에 실행방침은 무척이나 간결하다. 
그러한 사고체계와 서술방식은 현대 서양문화 속에도 절절히 내재해있다는 생각에 머문다.

성경에서 비유한 몇몇 단어를 검색해본다.
아이의 태명을 무엇으로 지어부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

어울리지 않는건 골프를 시작한 것도 있다.
요즘은 나이탓인지 뭔가를 새로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습득해야한다.
잘안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포기해야지.

내일이면 3월이다.
지난 모든 시간이 다 그렇지만, 최근이 늘 가장 아쉽다.
좀더 유연하고 세련되게 그 순간에 임했어야했어라는 자책이 앞선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꽃이 피어오르는 시절,
주차장 자갈밭 틈에서도 꽃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야 만다.
그 질긴 생명에의 의지만큼 교훈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9월이면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

아내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투중이다.
나도 매일 달라지는 세상에 깊은 뿌리를 뻗치고, 꿈쩍않고 매달려있을것이다.
아직 태명은 정하지 못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군.
밥을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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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 있어서 일찍 업무를 마감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이미 결정되고 진행되어 버리는건 아닌지라는
조바심에 대해 생각한다.

98년 혹은 99년이던가,
김규항이 씨네21에 연재하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라는 칼럼이 있었다.
짜릿한 글, 글로 인한 전율을 느낀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제목은 그랬다. '혁명은 안단테로'

B급좌파며, 나는 왜 불온한가라는 책들, 그리고 그의 블로그 글을 보는 것은
적어도 나의 정서와 사상적 위치가 어디를 향해야하는지 기어코 확인코자하는 억지같았다.
얼치기 종교인의 비윤리적인 행위 뒤의 습관적인 고백성서 같은...
물론 이런 것은 또있다. 예를 들면 한번도 참석해본적도 없는 민노당 당비를 매달 내는 일 같은...

난 사실 사회주의자 혹은 진보주의자도,개혁세력도, 운동권도 아닌  일반 사회인일 뿐이다.
과거 나와 내 주변 패거리들이  전경을 쫓거나 쫓기며 거리를 달렸고,
짱똘을 던지고, 화염병을 제조하는 기술이 있었고, 쇠파이프에 녹색테잎을 감으며 전의를 불사르던 것이,
그러다 학년이 올라가 그들이 짐스러워, 학교에 남지않고 군대로 탈주를 자행했던
그런 20대 초반의 기억들이 날 말해주지 않는다.

그냥 나는 어느 섬마을에서 결혼해서 직장생활하고,
늦은 결혼후 아이가 태어나면 어찌 키울지에 대한 고민이 태반이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끔 술을 마시는 것에 만족하는 살고 싶다는 마음을 늘 되뇌인단말이지.

혁명은 안단테로를 다시 찾아서 읽어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내가 그런 맘을 먹고 살아질 것 같진 않다.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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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의 제주, GMC

etc. 2008. 1. 15. 19:11 |

3년정도 제주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으나 감흥은 없다.

오늘은 제주에도 눈이 내렸다.

곱게 빻은 밀가루 같은, 부슬거리는 눈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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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휴가 첫날

etc. 2007. 5. 30. 22:28 |

어디 밖으로 여행갈 생각을 포기하고,
집에 내려가는 것도 귀찮아지니,

정말 아무런 할일이 없군.
사진이나 열라 찍고 댕겨야지.
 거리낌없이 놀아버리는 며칠이 지속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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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히히..즐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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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월동안의 나는...

etc. 2007. 4. 26. 1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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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월동안의 나의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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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몇번째더라...
오늘도 결국 공과금을 안냈다.
전기세 월말까지 안내면, 전기를 끊겠다는 한전의 으름장이 배달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저번달에는 두번째로 가스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첫번째 끊겼을때는 웃으면서 넘어갔는데, 두번째 끊기니 허탈하더군.
근데 문제는 끊긴 그다음날도 다시 복구해야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지나고 말았더랬다.
그래서 결국 아침에 일어나 씻으려고 근처 사우나를 가야했다는...

이번엔 전기다.
전기가 끊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지.
PC,TV,전등,전자렌지,커피포트,드라이기,다리미가 불가함은 물론이요.
보일러도 돌아가지 않아서, 역시나 씻는데 불편이 생길수밖에 없겠군.

이 일상을 전혀 챙겨보지 않는 일상방치증후군...그냥 게으름이라고 하자.

아마도 이것만이 아닐 것이다.
이사온지 1년도 넘었음에도 동사무소에 이사했다는 신고를 안해서,
현재 민방위훈련, 지방세통지서 등등 아마도 이전주소로 쌓이는
나와 관련된 국가의 부름은 켜켜이 먼지만 켜고 있을듯

게으름은 곧 돈으로 보상할 수밖에 없을터,

게으름은 쓸데없는 낭비를 낳고,
그 낭비는 내 일상의 쿠알러티(quality-늘 내가 콸러티라고 발음한다고 놀리는 몇몇이 있지..ㅡ.ㅡ;), 암튼 그 삶의 질이란것이 낮아질수밖에 없는 것,

또한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적잖이 실망하고,
피로해하는 사람들이 있을터,,,,

흠...일상방치증후군-이 지독한 게으름을 어찌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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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기...!!!

etc. 2007. 3. 27. 01:27 |

너무 힘주고 살지 않았나...?

겉으론 허술한척 하지만, 안으로는 사실 꽁꽁 자신을 싸매고,
세상과의 벽을 조금씩 높여오지 않았나...?

또다른 밤이고,
색다른 뭔가가 지나갔네.

위대한 아이들은 그들이 그렇게 커가게된 분명한 이유가 있어보이더군.
내가 그러한 짓(?)거리들로 시간을 매우는데에도 역시 이유가 분명 있었을터,

오랜만에 아주 늦고 늦어 또한 빠른 퇴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끄적거리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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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가본 적이 있다.
단 한번...
근데 이렇게 까마득하게 먼이야기인것 같고,
또 아무런 기억이 안나는 하루가 있다니...

94년 여름, 후배녀석이 고향집, 목포 바로 건너편 섬에 내려와 있었고,
난 같은 전라도 순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만나기로하고,
목포로 갔었다.

녀석이 섬에서 나온 그 선착장, 그 어딘가에서
여름 한낮 햇살을 받으며, 맥주잔을 앞에 두고 앉아있던 기억
시멘트 바닥에 놓아두었던 종이컵의 그림자만이 너무 선명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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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 출처 : 훌리건 카페 >


후배는 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고,
나 혼자 목포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유진이한테 편지를 썼던가...

하루종일 녀석과 나는 무슨 짓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네.

후배녀석은 요즘 통 연락도 없고,
그날 하루의 기억은 사라지고 나니,

정말 내가 거길 갔다왔었나 하는 의심이 드는군.

누군가가 쓴 포스트에서 목포라는 단어를 보고 갑자기 떠오른
사라진 목포의 기억...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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