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강처럼 흘러간다.
조금은 폭이 넓은 곳을 한가로이 노닐며 떠다니는 때도 있을것이고,
때론 폭이 좁은 급류 위를
나는 듯이 스쳐지나가는 시절도 있는 것이다.
그래 좀 급히 떠다니다,
정신 못차리고 헤메이고 말았다.
이제 꽝하고 포스트 하나 찍었으니,
좀더 세상으로 나아가 소통할지어다.
98년 10월이었다.
군대 이후, 마지막 학기였고,
난 학부때 열심히 안한 전공에 대한 미련 때문에 6개월째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아는 선배한테 취업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 있었다.
제안한 선배의 친구의 직장선배의 이전직장 동료가 회사를 만들었는데,
사람을 뽑는다나...(이런 복잡함은 늘 별볼일 없이 끝나리라는 한줄 불길함을 낳는 법...)
함께 스터디하는 인간들에게 하루만에 통보했다.
IMF 때문에 학점좋은 동기들 중 단한명도 직장이 없던 때였고,
여력이 없는 형편이 늘 뒤통수에 걸렸었던 터라, 갑자기 눈을 찔끔감고, 결정 해버렸다.
( 내인생에 이렇게 조금씩 쌓아오다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는 통에 일을 그르치는 적이 많았지. )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처음 취직 할때,
난 스스로 정치사회문화적인 나와,
경제적인 나를 구분해서 살겠다고 약속했었다.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는 경제적인 동물로서, 회사의 이윤과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복종하며 살것이라고 다짐했고,
그렇지만 난, 나고, 진정한 나는 회사로부터 철저히 구분되어진, 정치사회문화적인 나에게서 찾겠다는...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고,
내가 바라는 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혼돈스러워지는데에는 채 몇년이 걸리지 않았다.
오늘 친구가 오랜만에 메신저를 보내왔는데,
녀석도 뻔히 여러 일로 복잡한 녀석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로 선수를 쳤다.
녀석의 한숨이 마포로부터 한강을 넘어와 여기 꽂힌다.
미안, 친구~~좀더 잘살아주지 못해서~~!!!
맥주나 한잔 해야쥐~~!!!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110&logId=1385075
이재웅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어느 기자가 쓴 다음커머스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 속에서 이재웅대표에 대한 믿음을 피력한 블로그 글이다.
째웅리...
사내에서 동료들끼리 우린 대표이사를 이렇게 부른다.
사장님은 더더욱 아니고, 이재웅대표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이재웅도, 재웅리도...아닌...째웅리...
( 사내 공식호칭은 이재웅님이지..ㅡ.ㅡ;)
사장방도 없고, 차도 없고, 비서도 없는...째웅리!
내가 다음에 입사한건 2002년 10월,
이젠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을거다는 기대와
(이전회사가 완전 망했고, 그러나 난 그걸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오기에
8-9개월을 제대로 월급도 받지 않고 댕기다가 지치고 지쳐 걸래가 된 후에 퇴사했다.)
그래도 회사는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냐라는 시니컬한 태도로 Daum에 입사를 했었다.
입사후 열흘쯤이었나,
마케팅본부에서 준비하던 멤버쉽서비스에 대한 전사 PT가 있었다.
당시 제일 큰 회의실이었지만, 둘러 앉아봐야 30명을 넘지 못하는 회의실에
가득가득 사람이 차기 시작했다. 난 자리가 없어, 창가에 서있었다.
멤버쉽서비스는 늘 논란이 많았다. 회원이 몇천만인데, 이를 세그먼트해서,
로열티 높은 고객에게 그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야한다...어쩌고 저쩌고...
지루해하고 있는 찰나...우리의 째웅리가 회의실로 입장했다.
흠...이런데 사장이 왜오나...그냥 보고 받고 승인 OR 반송하면 될일이지...
근데 어디 앉지...사장이면 맨 뒤 혹은 맨 앞에 앉아야하나...
그러나 이런...째웅리는 그냥 문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PT를 듣고 있었다.
누구하나 일어서서 자리를 비키는 사람도 없었고,
그저 나와 똑같은 자세로 서서, PT하는 동료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만약 누군가 일어나서 자리를 비켰다...?
아마도 그사람 다른 사람들의 멸시를 못이겨 제대로 회사 못다녔을거다.
째웅리와 우리가 함께 만든 Daum의 문화는 이랬다.
물론 째웅리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되었겠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문화를
즐겁게 만들고 유지해오던 우리였다.
이 사건 하나로 나의 회사에 대한 commitment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째웅리를 신뢰하게 된 것 만은 아닐 것이다.
위와 같은 태도의 일관성을 보아왔기에, 난 그를 믿고, 우리 다음을 믿는다.
째웅리가 정치권로비와 분식회계를 했을리 없다.
Daum이 정치권로비와 분식회계를 했을리 없다.
주변에 여휴자금 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주식사두라고 메신저를 날리고 있는 나...흠...
날 믿어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