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귄의 소설세계는 '헤인시리즈'와 '어스시시리즈'로 크게 양분된다.

고대와 미래, 지구와 우주 라는 시간과 공간의 교차지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문제, 자유와 평등이라는 거대담론 위주의 사회성이 듬뿍 묻어나는 서사들이 헤인시리즈의 특징인 반면,  어스시시리즈는 고대 마법의 세계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마법사들의  모험이 철저히 자아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익히 듣고 보아온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 시리즈와는 환상문학으로서의 진로가 이미 달랐다.
선과 악을 상정하고, 절대적인 힘의 열세를 딛고, 본질적인 선을 기득해온 주인공들이 모든 역경을 헤치고, 악을 무찌르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면,

어스시시리즈는 마법의 핵심이 존재마다 가진 본질적인 언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위협하는 어둠의 세력과 그 근본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악이라는 것은 결국은 절대선과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된 이면일 뿐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극복하고 제거되어야할 것은 늘 개인의 내면에 그 또아리를 틀고 있고,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슬그머니 붙들고 늘어져 어깨에 올라타서는  함께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한권 한권이 양이 많지 않다.
양장본으로 재편집되어 나온 황금가지 출판사의 어스시 전집은
작가가 미국의 고등학생에게 읽힐 만한 좋은 책을 써달라는 주변의 요청에 대답하듯,
나긋나긋하고, 쉽고, 편하게 쓰여진 소설을 여백많은 편집으로 소화한 이쁘장한 책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의 '게드전기'는 어스시시리즈의 3권인
'머나먼 바닷가'를 영화화한 것인데, 실재 책은 애니와는 차원이 다르다.

존재에 대한 성실한 탐구, 삶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붙잡고 있고 싶어하는 자,
이 시리즈를 거부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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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하여...

etc. 2006. 10. 31. 02:25 |
외로워보이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들키는 사람들,
그래서 더더욱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허나 그런 외로움을,
겨울 하늘 아래 낮은 바닥에 깔려, 곧 쩍하고 쪼개질듯,
바짝 얼어붙은 긴장감으로 탱탱하게 지탱하는 사람,

헛하게 외롭다고 되뇌이지 않고,
열린 삶의 원칙들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내는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일이 좋다.

녹일 것도 아닐 것이며,
깨뜨릴 것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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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배우 - 정유미

film 2006. 10. 27. 13:02 |


영화 '사랑니'에서 발견하고, '가족의 탄생'에서 드디어
좋아하는 배우 카테고리에 넣었다.

사람을 사귈 때도 목소리에 주목하는 편인 나는
특히 이 배우의 목소리가 맘에 든다.

깔깔한듯하면서도,
청명하게 울리는듯한...

아래는 정유미의 첫출연 단편영화인, '폴라로이드 작동법' 이라는 영화다.
DVD를 살까 했더니, 역시나 동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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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시는 아저씨

etc. 2006. 10. 20. 15:48 |


출근길 늘 웃음지으시며 반겨주시는 친절한 회사 1층 아저씨,
언제부턴가 고아원 아이들에게 봉사활동 하신다며,
울회사에서도 한번 찾아와줄수 없는지 조심스레 묻던 아저씨,
힘들다는 관련팀의 반응에도 실망하는 눈빛한번 없으시던 아저씨,

퇴사하신다네...

X-700을 사고 나서 첫롤로 찍었던,
내가 찍어드린 아래 사진이 좋다며,
포커스도 안맞고, 인물사진으로서의 구도도 훌륭하지 않은 이 사진을
아이들이 한장씩 달라고 하셨단다.

어제 추가로 인화하면서, 내 보관용으로도 한장 더 뽑기로 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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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옛날 생각이....

etc. 2006. 10. 16. 23:39 |

98년 10월이었다.
군대 이후, 마지막 학기였고,
난 학부때 열심히 안한 전공에 대한 미련 때문에 6개월째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아는 선배한테 취업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 있었다.
제안한 선배의 친구의 직장선배의 이전직장  동료가 회사를 만들었는데,
사람을 뽑는다나...(이런 복잡함은 늘 별볼일 없이 끝나리라는 한줄 불길함을 낳는 법...)

함께 스터디하는 인간들에게 하루만에 통보했다.
IMF 때문에 학점좋은 동기들 중 단한명도 직장이 없던 때였고,
여력이 없는 형편이 늘 뒤통수에 걸렸었던 터라, 갑자기 눈을 찔끔감고, 결정 해버렸다.
( 내인생에 이렇게 조금씩 쌓아오다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는 통에 일을 그르치는 적이 많았지. )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처음 취직 할때,
난 스스로 정치사회문화적인 나와,
경제적인 나를 구분해서 살겠다고 약속했었다.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는 경제적인 동물로서, 회사의 이윤과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복종하며 살것이라고 다짐했고,
그렇지만 난, 나고, 진정한 나는 회사로부터 철저히 구분되어진, 정치사회문화적인 나에게서 찾겠다는...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고,
내가 바라는 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혼돈스러워지는데에는 채 몇년이 걸리지 않았다.

오늘 친구가 오랜만에 메신저를 보내왔는데,
녀석도 뻔히 여러 일로 복잡한 녀석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로 선수를 쳤다.
녀석의 한숨이 마포로부터 한강을 넘어와 여기 꽂힌다.

미안, 친구~~좀더 잘살아주지 못해서~~!!!

맥주나 한잔 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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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두는 여자_샨사

book 2006. 10. 16. 13:02 |

다이 시지에에 이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그 두번째,
'샨사'의 '바둑 두는 여자'를 읽었다.

책을 잡고 앉아서,
먹고 마시는 일에 시간을 흘리지 않고
끝장을 넘겨버린 오랜만의 책이다.

호흡을 자제한 간결한 문체,
서로를 둘러싼 모든 소음으로 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듯한 주인공 두사람,
책장이 줄어드는게 어느 순간부터 안타까워지더군.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는다,
허나 그런 사랑이 주는 낭만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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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즈음에의 미덕

etc. 2006. 9. 23. 23:44 |


언제나 그곳에 가면,
늘 거기가 있고 그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의 서른즈음에...

:
다이 시지에라는 중국 소설가를 알게되었다.
그의 소설 두권을 읽었는데,
하나는 '발자크와 바느질 하는 중국소녀'이고, 또 다른 소설은 'D의 콤플렉스'

'발자크....'는 68년 문화대혁명 이후 '하방정책'이라는 브르조아 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산골짜기에서 살게된 사춘기 소년 둘과 그마을 바느질 소녀의 이야기이고,
'D의 콤플렉스'는 프랑스에서 프로이드 전공으로 10년을 유학하고 귀국한 한 남자의 좌충우돌 방랑기(?)이다.

D의 콤플렉스 줄거리를 좀더 이야기하자면, 프로이드 전공, 꿈의 해석자, 40대의 숫총각 남자인 유학파 지식인 뮈오는 자신의 첫사랑 후찬이 불법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감옥에 갇혀 사형당할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그 후찬에게 사형을 언도하고 집행하는 D판사의 소망은 숫처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즉 D판사가 후찬을 석방시키는 조건은 숫처녀와의 하룻밤인 것이었다.) 뮈오는 그때부터 숫처녀를 찾기위해 여인들의 꿈을 해석하는 여행을 떠난다. 즉 여인의 꿈을 듣고 그 여인이 숫처녀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는 것, 결국 그는 오랜 친구이자 동네 이웃이며, 결혼한 첫날밤 남편이 자살해버린, 시체방부처리사를 D판사에게 보내기로 하지만, D판사는 시체방부처리사를 맞이하기 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흠...뮈오라는 남자주인공은 중국식 돈키호테 혹은 채플린 같기도하다는...

공통점이라면 극악한 주인공의 상황에서도 키득거리게 만드는 웃음이 있다는 것이고,
사회나 국가라는 거대권력이 개인의 삶을 한계짓기도 하지만,
인간은 나름의 방식대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훈훈함이 함께 살아있는 소설들인 듯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배경의 흥미로움이나, 스토리 자체의 아슬아슬함은 '발자크.....'가 더 나았으나, 'D의 콤플렉스'의 '뮈오'라는 주인공이 워낙에 찰리 채플린과 돈키호테를 섞어놓은듯한 강렬함이 살아있어 더 인상적인 것 같기도하다.

중국...가보지는 않았지만,
열혈 자본주의 모드로 치닫고 있다지,
그렇게 사회가 변해가는 속에 어느 한시절 일상의 왜곡을 경험한 자들과,
또 어렵사리 그 시절을 통과해온 자들의 추억과 쓸쓸함이
두 소설과 비슷하게 사람들의 표정에 남아있는걸 상상해본다.

그리고 여전히  TOP 은 날 괴롭히고 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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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지를 넘었다.

etc. 2006. 9. 17. 14:24 |
언젠가는 도달하는 순간이 꼭 있었다.

지리산 노고단 10Km 계단을 처음 오르던 그때,
도대체 정상은 오는가라는 의혹 속에 몇시간을 지냈었지만,
결국 오고야 말았다.오늘 9월 17일, 12시도 이젠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무난하게 오픈작업이 잘 진행되었다.
아래와 같은 우리의 시도들,
작지만 의미있는 노력들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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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가 저긴데...

etc. 2006. 9. 15. 01:44 |

이제 총 60시간이 남았다.
골키퍼가 골을 못막는건, 1cm 때문이다.
100m 달리기 1등을 놓치는건 0.01초 때문이다.

6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또 꼭 그래야만 한다.

마지막 순간들에 새롭게 등장하는 많은 이슈들 때문에,
한순간 한순간이 버겁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아래 두사람,
그리고 그동안 3층 동관 교육장의 불을 밝힌 또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힘내라고, 통닭 사주는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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